<뉴스G> 체험하는 성교육, '육아 시뮬레이션'
[EBS 뉴스G]
'성교육'하면 무엇이 생각나시나요? 강당에 함께 모여 다같이
듣는 한두 번의 강의나 몇 해째 똑같은 비디오 시청 정도를
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. 지루하기만 한 이론수업보다는
직접 느끼고 체험해보는 교육은 어떨까요? 오늘 뉴스지에서는
조금 특별한 성교육을 만나보시죠.
[리포트]
미국의 한 고등학교 수업시간.
책상마다 인형이 놓여있습니다.
신생아와 똑같이 생긴 이 인형은 심지어 울기까지 하는데요.
바로 미국의 성교육 수업 중 하나인
‘육아 시뮬레이션’입니다.
유엔개발계획에 따르면
미국의 경우 2010년부터 2015년 까지
청소년기 아이들의 평균 출산율이 1000명 중 31명으로
스위스나 독일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데요.
때문에 학생들의 출산을 낮추기 위해
올바른 성교육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죠.
이 육아 시뮬레이션도 그 중 하나인데요.
학생들에게 양육의 고통을 알려,
10대의 어린 나이에 무분별하게 아이를 낳거나
미혼부모가 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
시작되었습니다.
남학생, 여학생 가릴 것 없이
수업에 따라 24시간에서
길게는 일주일까지 인형을 돌보는데요.
밤에도, 새벽에도, 심지어는 수업 중에도
실제 아기처럼 시도 때도 없이 울음을 터트리는 통에
인형을 돌보는 동안엔
잠자는 것이 거의 불가능 할 정도라고 합니다.
그렇다면 인형의 울음을 그치는 방법!
먼저 어디가 불편한지 알아야겠죠.
놀아주기, 밥 주기, 트림 시켜주기, 기저귀 갈아주기.
이렇게 정해진 몇 개의 카드 중
인형이 우는 원인을 알아내
알맞은 카드를 꽂으면 울음이 멈춥니다.
그 뒤 몇 분 내로
밥을 먹이거나 기저귀를 갈아주는 등
그에 맞는 행동을 수행하지 않으면
곧 다시 울음을 터트리는데요.
그야말로 실제 아기처럼‘키워야’ 하는 거죠.
또 인형의 저장장치에는
세게 흔들거나 떨어트리는 것도 모두 기록되는데요.
조심성 없이 인형을 다루거나
오랫동안 우는 채로 내버려 두면 낙제점을 받게 됩니다.
부모님들이 대신 돌봐줄 수도 있지 않느냐고요?
인형을 볼 때 꼭 착용해야 하는 이 팔찌에는
센서가 달려 있어
팔찌를 차고 있는 본인만이 울음을 멈출 수 있습니다.
학생들은 기간 내내
인형을 데리고 다녀야 할 뿐만 아니라
언제 놀아주었고 언제 밥을 주었는지 등을 체크해
육아일기도 함께 써야하는데요.
주마다 학교마다 인형을 돌보는 학년이나 기간,
또 사용하는 인형은 조금씩 다르지만
실제 아기처럼
정성을 들여 돌봐야 한다는 점은 모두 똑같습니다.
이론적인 수업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
직접 경험하고 느끼게 하는 이 교육법은
10대의 임신율을 줄이는 데 큰 효과를 보이고 있죠.
아직도 책 속에 갇혀
생물학적 지식만을 주로 가르치는 우리의 성교육.
호기심 많은 아이들에게
무작정 숨기기보다
더 정확하게 알리고 체험하게 해주는 것이
올바른 성을 가르치는 방법 아닐까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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